"회장님들이 치맥을 그냥 드셨을까요?"
작년 10월, 정의선(현대차), 이재용(삼성전자), 젠슨 황(엔비디아) 회장의 이른바 '깐부 회동'이 큰 화제였죠.
당시에는 단순히 친목 도모처럼 보였지만, 최근 CES 2026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연결해 보면 거대한 '빅 픽처'가 드러납니다.
테슬라가 독주하는 자율주행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 뭉친 세 거인의 연합 작전, 그 숨겨진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25년도 깐부치킨에서 3명의 회장님이 모인 깐부회동
1. 엔비디아의 큰 그림 : '알파마요'와 '블랙웰' (Brain)
모든 퍼즐의 시작은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ha Mayo)'를 공개했습니다.
알파마요의 핵심 : 기존 자율주행 AI가 "왜 그랬어?"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하는 '블랙박스'였다면, 알파마요는 "앞에 공사장이 있어서 피해 갑니다"라고 언어적으로 설명하고 추론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입니다.
무료의 대가 : 소프트웨어는 공짜지만, 이걸 돌리려면 엄청난 연산 능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Blackwell)'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죠.
현대차의 선택 : 자체 개발(포티투닷)과 협력 사이에서 고민하던 현대차는, 깐부 회동 직후 블랙웰 GPU 5만 장을 우선 공급받기로 하며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삼성전자의 승부수 : ZF ADAS 인수 (Eyes & Nerves)
그럼 차의 '눈'과 '신경'은 누가 맡을까요?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은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신의 한 수 : ZF는 카메라, 레이더 기술의 숨은 강자입니다. 삼성은 이미 하만을 통해 인포테인먼트(콕핏)를 꽉 잡고 있었는데, 이번 인수로 '자율주행 센서 + 슈퍼컴퓨터'까지 통째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역할 : 엔비디아의 두뇌(칩)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하드웨어 모듈)을 삼성이 만들어 현대차에 납품하는 그림입니다.
3. 현대차의 선언 : '피지컬 AI' (Body)
마지막 퍼즐 조각은 현대차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신년사에서 "피지컬(Physical)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피지컬 AI란? : 가상 공간에 있는 AI가 아니라, 실제 도로를 달리고 물건을 옮기는 '몸체'가 있는 AI를 뜻합니다.
현대차의 역할 : 아무리 좋은 두뇌(엔비디아)와 신경(삼성)이 있어도, 이를 담을 튼튼한 '몸(Body)'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과 차량 플랫폼을 제공하여 이 기술들을 현실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마무리하며 : '삼각편대' vs 테슬라
결국 시나리오는 이렇게 완성됩니다.
Brain (두뇌) : 엔비디아 (알파마요 + 블랙웰 칩)
Body & Eyes (신체) : 삼성전자 (센서 + 전장 부품)
Platform (완성체) : 현대자동차 (제조 + 차량 플랫폼)
CES 2026에서 정의선 회장이 삼성 부스에서 "콜라보 하시죠"라고 외치고, 엔비디아 부스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은 이 '삼각 동맹'의 최종 점검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테슬라가 독자 노선(수직 계열화)으로 앞서가는 동안, 후발 주자들은 '최강자들의 연합'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과연 이 삼각편대가 자율주행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올해 현대차의 공식 발표를 주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