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0일 화요일

차를 오래 타보니 ‘아무 일 없었던 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은 기억에 남는 날들이 있었다. 처음 혼자 장거리 운전을 했던 날, 비 오는 날 고속도로를 처음 달렸던 날, 주차하다가 식은땀을 흘렸던 날처럼 말이다. 그때는 그런 날들이 쌓여야 운전에 익숙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나고 나니, 오히려 기억에 남지 않는 날들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날, 특별히 긴장하지도 않았고 집에 와서 ‘오늘 운전 어땠지?’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런 날들 말이다.

예전에는 항상 ‘무사히 끝났는지’를 확인했다

초보 시절에는 운전을 마치고 나면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오늘은 별일 없었지?”, “어디 긁히진 않았나?” 하면서 차를 한 바퀴 돌며 확인하던 습관도 있었다. 그만큼 매번 운전이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운전이란 원래 긴장되는 거라고, 다들 이렇게 시작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느 순간부터 운전이 ‘일상’이 됐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집에 도착해서 시동을 끄는데 ‘오늘 운전은 어땠더라?’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그날은 운전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이 조금 인상 깊었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무언가를 곱씹고 있었을 텐데, 그날은 정말 자연스럽게 하루의 한 부분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무 일 없었던 날들이 쌓이면서 바뀐 생각

그 이후로는 운전에 대한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잘했다’, ‘못했다’를 따졌다면, 지금은 ‘별일 없었다’가 가장 좋은 결과가 됐다. 빠르지도 않았고, 특별히 능숙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지만 아무 문제 없이 도착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준이 생기고 나니 운전이 훨씬 편해졌다. 괜히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게 됐고, 작은 실수에도 예전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요즘은 이런 순간들이 더 좋다

신호에 한 번 걸렸는데도 조급해지지 않는 순간, 앞차가 조금 느려도 그냥 흐름에 맞춰 가는 순간, 목적지에 도착해서 ‘아, 왔네’ 하고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리는 순간들. 이런 장면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아무 일 없었던 날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건, 그만큼 내가 무리하지 않고 운전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무리하며

운전 실력이 늘었다는 걸 체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제 ‘기억에 남지 않는 날’이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됐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그날의 운전은 충분히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차를 타면서 ‘돌아가는 길’을 덜 두려워하게 된 이유

예전에는 길을 잘못 들면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네비게이션이 재탐색을 시작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왜 하필 여기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약속 시간에 쫓기고 있을 때는 돌아가는 길이 곧 실패처럼 느껴졌다. 길을 틀렸다는 사실이 크게 느...